과점시장은 소수의 기업들이 경쟁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각 기업은 상대방의 반응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상품 가격을 인하할 것인지를 고려할 때는 경쟁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를 반드시 생각하게 된다. 과점시장에는 이렇게 상대방의 반응을 고려해 자신의 행동을 결정해야 하는 전략적 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론화하기에 특히 어려움이 많다.
한 기업의 행동에 대해 경쟁자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이며 이에 대해 그 기업이 다시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 등, 끝없이 이어지는 작용과 반작용의 고리를 명쾌하게 이론화하기는 무척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과점시장의 특성을 설명해 줄 이렇다 할 이론이 존재하지 않고 잡다한 모형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의 동향을 보면, 게임이론을 적용해 과점시장을 분석해 보려는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다. 게임이론은 바로 이 전략적 상황에서의 선택을 주요한 연구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과점시장의 연구에 특히 적합한 성격을 갖고 있다. 게임이론의 틀을 과점시장의 분석에 적용해 보려는 시도가 결실을 맺음에 따라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과점시장의 이론을 보게 될지 모른다.
과점시장에서는 한 기업이 취한 행동이 경쟁기업의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켜 급기야 심각한 파국을 가져오게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의 일방적인 가격 인하로 인해 시장 전체가 걷잡을 수 없는 가격전쟁에 빠져들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경쟁기업들이 일방적인 행동을 삼가고 서로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일을 애써 피하려고 노력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다시 말해 과점시장에는 기업들 사이에 담합이 일어나기에 알맞은 상황이 조성되어 있다.
과점시장에서의 기업들 사이에 담합이 일어나기 쉽다는 사실은 스미스의 국부론에 등장하는 다음과 같은 구절을 통해서 이미 지적된 바 있다. "같은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심지어 흥겹게 떠들거나 기분을 전환하려는 목적에서 함께 모이는 경우조차 드물다. 그러나 그들이 대화를 나누게 되면 공공의 이익을 해치려는 음모 혹은 가격을 올리려는 책략으로 매듭지어지기 일쑤다."
과점시장에서 담합이 일어난다고 보는지 아니면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는지의 여부에 따라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범주의 과점시장 모형이 존재한다. 우선 첫 번째 범주에 속하는 모형들은 과점시장에서 담합이 일어나지 않고 각 기겅비 독자적인 행동을 한다는 전제하에서 이 시장을 분석하고 있다. 두 번째 범주에 속하는 모형은 과점시장 안의 기업들이 암묵적인 담합체제를 형성한다고 보는 특징을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과점시장 안의 기업들이 완전한 담합을 이루어 마치 거대한 독점기업처럼 행동한다고 보는 모형의 범주가 있는데, 카르텔의 이론이 바로 이에 속한다.
첫 번째 범주와 세 번째 범주에 속하는 모형들은 다음 글에서 자세하게 설명할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두 번째 범주에 속하는 모형에 대해서만 간단히 논의해 보기로 한다. 과점시장 안의 기업들이 암묵적인 담합체제를 형성한다고 보는 모형의 한 예로서 가격선도의 모형을 들 수 있다. 이 모형은 과점시장 안의 지도자 격인 한 기업이 가격을 설정해 놓으면 다른 기업들이 이에 따르는 형태로 암묵적인 담합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