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여행을 계획할 때, 여러분은 무엇부터 떠올리시나요? 시원한 바다, 쭉 뻗은 해안도로, 아니면 기암괴석과 아침 햇살이 부딪히는 그 장면? 저는 오랜만에 동해를 다녀오며 ‘촛대바위’라는 장소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되었어요. 이 바위 하나가 왜 사람들 마음속에 이렇게 강하게 남아 있는지, 직접 보고 나니 알겠더라고요.
그냥 이름만 들었을 땐, "촛대? 바위?" 하고 별 감흥이 없었는데, 막상 해돋이 시간에 맞춰 바라본 순간, 입이 절로 벌어졌습니다. 고요한 바다 위에 하늘을 찌르듯 우뚝 솟은 석회암 바위. 붉은 해가 그 끝에 걸리자 마치 실제로 촛불이 타오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경이롭더군요. 오늘은 강원도의 대표 해돋이 명소이자 전설과 자연이 어우러진 ‘촛대바위’에 대해 제대로 소개해드릴게요.
동해시의 상징, 추암 촛대바위
촛대바위 하면 단연 떠오르는 건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북평동에 있는 추암촛대바위입니다. 추암해수욕장 인근에 자리 잡은 이 바위는 전국적으로 가장 유명한 촛대바위로 손꼽히죠. 단단한 석회암 지형이 파도에 깎이고 다듬어지며 형성된 이 바위는, 이름처럼 마치 촛대를 닮은 모양으로 우뚝 솟아있습니다.
이곳은 특히 일출 명소로 잘 알려져 있어요. 해가 바다에서 떠오를 때 촛대바위 꼭대기에 살짝 걸리는 장면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이에요. 그래서인지 애국가 첫 구절 배경화면으로 쓰이기도 했고, 다큐멘터리나 드라마, 광고의 촬영지로도 자주 등장합니다.
경관만 특별한 게 아니라, 이곳엔 전설과 역사도 깃들어 있습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한 남성과 본처, 그리고 소실 사이의 질투로 인해 하늘이 노하여 결국 남자만 바위로 남게 되었다는 슬픈 설화가 있어요. 바위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쓸쓸함과 묵직함이 전해지는 건 그 때문일지도요.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조선시대 한명회가 이곳을 ‘능파대’라고 칭하며 감탄을 남겼고, 공민왕 시대엔 심동로가 이 일대에 '해암정'이라는 정자를 지었다고 해요. 지금도 이 해암정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어, 역사적인 장소로도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답니다.
촛대바위는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고?
많은 분들이 ‘촛대바위’ 하면 추암 하나만 알고 계시지만, 사실은 강원도 전역에 비슷한 이름과 형태를 지닌 촛대바위들이 여럿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해안과 계곡에선 자연이 만든 기묘한 돌 조형물이 많이 존재하죠.
먼저 소개할 곳은 삼척시 초곡항 인근의 초곡용굴 촛대바위예요. 이곳은 바다 위에 뾰족하게 솟은 촛대형 바위와 출렁다리가 어우러지며 풍경이 굉장히 인상적인 장소입니다. 특히 출렁다리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워서 사진 명소로도 유명해요. 바위 옆을 흐르는 파도와 그 위를 걷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어우러져 참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볼 만한 곳이 홍천군 내면 미약골 계곡의 촛대바위입니다. 여긴 바다가 아니라 숲과 계곡 사이에 있는 바위예요. 깊은 숲과 바위폭포, 물줄기, 그 사이에 서 있는 촛대 모양의 바위가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합니다. 등산객들 사이에서 알려진 트레킹 코스이기도 하고, 홍천강 발원지라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장소입니다.
촛대바위 관광 꿀팁
여기서 잠깐, 촛대바위를 더 잘 즐길 수 있는 방법도 함께 공유할게요. 첫 번째는 무조건 해돋이 시간에 맞춰 가는 겁니다. 특히 추암 해변에서의 일출은 정말 말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붉은 해와 푸른 바다, 기암괴석이 함께하는 순간은 그저 셔터를 누르는 것만으로도 인생 사진이 완성돼요.
두 번째는 출렁다리 포인트를 확인하는 거예요. 삼척 초곡용굴이나 일부 촛대바위 근처에는 안전하게 바위 근처를 둘러볼 수 있도록 출렁다리가 조성되어 있어요. 다리를 건너며 촛대바위를 다양한 각도에서 보는 것도 매력적인 체험이죠.
세 번째는 역사적인 유적과 연계해서 관광하기입니다. 해암정이나 능파대처럼 실제 문화재로 등록된 장소들이 인근에 있어, 바위 구경만 하고 돌아가기엔 아까운 곳들이 많아요. 지역 특산물도 함께 즐기면 여행이 더욱 풍성해질 거예요.
촛대바위, 그 이름 속 의미
사실 ‘촛대’라는 이름이 붙은 바위는 그 형태에서 유래한 것이지만, 들여다보면 단순히 모양만으로 이름이 결정된 건 아니에요. 해를 받는 각도, 파도와의 거리, 그리고 주변 지형에 따라 각각의 바위는 또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그 안엔 역사도, 전설도, 그리고 지역의 자부심도 들어 있죠.
추암촛대바위는 기암괴석이지만, 동시에 애국심을 상징하는 공간이 되었고, 삼척 초곡용굴의 촛대바위는 동해안을 대표하는 절경지로, 홍천 미약골의 촛대바위는 자연 깊숙한 곳에서의 치유와 연결돼 있습니다. 각 촛대바위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고, 그래서 더 매력적입니다.
촛대바위는 단순한 자연 경관을 넘어, 우리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여행의 즐거움이 함께 깃든 장소입니다. 동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단순히 바다에 발 담그는 것을 넘어, 촛대바위에서의 해돋이, 삼척의 출렁다리 산책, 홍천 미약골의 청정 숲길까지 경험해보세요. 어느 하나도 후회 없는 시간이 될 거예요.
다음 여정지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바위 하나를 다시 보게 되셨다면, 오늘 이 글이 의미 있었던 걸로 남았으면 합니다. 자연은 언제나 말없이 모든 이야기를 품고 있으니까요.